‘카틀막’ 논란, 언론개혁을 말하던 정치인이 카메라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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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1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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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장 시선의 窓〕
 
전당대회는 한 정당의 전국 당원들이 모여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고 당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당원들의 축제’이자 민주주의의 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며칠 전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인천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이른바 ‘카틀막’ 논란이 벌어졌다.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 측 보좌진이 현장을 취재하던 오마이뉴스 TV 카메라를 종이 등으로 가리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취재방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최민희 의원 측은 특정 취재진이 보좌진을 집중 촬영하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취재진 측에서는 정당한 취재를 물리적으로 방해한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 사건을 단순한 전당대회 현장의 실랑이로만 바라보기에는 정치적으로 생각해볼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최민희 의원이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언론·방송 정책을 다뤘던 정치인이다.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공정성을 누구보다 강조해온 정치인의 주변에서 오히려 언론의 취재를 막는 행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언론을 비판할 권리는 정치인에게도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왔다면 반론을 제기할 수 있고,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면 정정이나 법적 대응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의 취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카메라를 가리는 행위는 전혀 다른 문제다. 공개된 정치행사에서 취재진의 카메라를 물리적으로 가리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언론 비판을 넘어 취재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인에게는 일반 시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언론 대응이 요구된다. 정치인은 공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고, 국민은 언론을 통해 정치인의 행동을 알 권리가 있다. 정치인의 발언과 행동은 언론의 카메라 앞에 놓일 수밖에 없다. 마음에 드는 질문에는 답하고 불편한 질문에는 카메라를 가리는 방식으로 언론을 대한다면 국민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물론 최민희 의원 측의 주장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취재진의 촬영 방식이나 보도 태도가 편향됐다고 판단했다면 이에 대해 항의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편향됐다고 생각한다면 더 적극적으로 인터뷰하고,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반론을 제기하면 된다. 정치인이 언론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카메라를 막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논리와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내가 좋아하는 언론에게만 적용되는 권리가 아니다. 나를 지지하는 언론뿐 아니라 나를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까지 인정할 때 비로소 언론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언론은 보호하면서 불편한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려 한다면 그것은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선택적 언론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민희 의원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논란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언론 현장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취재진이 카메라 하나를 들고 현장을 취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또한 국회 과방위원장까지 지낸 정치인이라면 언론의 자유와 취재권이 민주주의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묻는 것이다. 언론개혁을 주장해 온 정치인이 정작 자신에게 불편한 언론의 카메라를 막는다면, 과연 어떤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공개적인 정치행사에서 취재진의 촬영을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행동이 적절했는지는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정당 민주주의의 발전을 주장하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에게 불편한 목소리까지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1인 1표제와 선호투표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당원의 표를 평등하게 하고 다양한 선택을 제도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당 내부의 선거제도는 선진화하면서 정작 언론과의 관계에서는 불편한 목소리를 막는 행태는 정치문화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생긴다. 민주주의는 내가 원하는 말만 들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듣기 싫은 말, 나를 비판하는 질문, 나에게 불편한 카메라까지 받아들일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성숙한다.
 
특히 집권여당의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은 언론의 감시를 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당해야 한다. 언론은 정치인의 적이 아니다. 국민과 정치권 사이에서 질문하고 감시하며 사실을 전달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한 축이다.
 
결국 이번 '카틀막' 논란이 민주당과 최민희 의원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언론을 개혁하려는 정치인은 과연 자신에게 불편한 언론의 자유까지 인정할 수 있는가. 정치인은 카메라를 막는 사람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질문만 골라 답하는 정치가 아니라 불편한 질문에도 답하고, 잘못된 보도에는 논리와 근거로 반박하는 정치가 진짜 민주주의다.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서는 정치인만이 결국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 누구보다 먼저 보여줘야 할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언론·방송 정책을 책임졌던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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