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수 文學 散策■ 「제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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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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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스승
 
전북대학교 앞 지하도에는
늙수그레한 맹인이
계단에서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노래를 듣고 있던 나는
하루에 노래를 몇 번이나 부르느냐고 물었다
눈을 깜박 깜박거리며
그렇게 묻지 말고
하루에 몇 곡이나 부르느냐고 물어라 한다
이래봬도 레퍼토리가 엄청나게 많다면서
 
순간 생각했다
내 인생의 레퍼토리는 몇 개나 되는지
내 십팔번 정태춘의 떠나가는 배를 타고 오면서
 
․ 전북대학교 앞 지하도 :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소재
 
 
□ 정성수의 한 문장 □
 
개걸丐乞, 걸개乞丐, 유개流丐, 유걸流乞이 있다. 거지가 하늘을 불쌍히 여긴다는 뜻인 ‘걸인연천乞人憐天’은 거지라고 해서 인생 전부를 고통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설령 거지라 할지라도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부귀영화만을 좇는 사람을 비웃기도 한다. 가끔은 무소유로 인한 자기 위안도 있다. 거지의 삶은 가난하여 배고플 수 있지만 그것이 삶 전체가 절망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황금에 눈이 멀어 증권으로 망해먹고 알거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젊은이들은 부모 잘 만나 아스팔트 위를 떼거리로 오토바이를 몰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금수저니, 은수저니, 흙수저라는 말이 나와 사람들을 등급을 먹인다. 자신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능력 유무에 따라 장래가 결정되는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흙수저 청년들의 자조 섞인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방책은 없는 것일까? 이 세상 어딘가에는 무릎 꿇고 구걸하지 않는 걸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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