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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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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16 13:51
 
8·15 새벽, 광복의 빛과 비를 기다리며
 
하늘시인 이영하
 
어제 저녁 7시 30분, 성모승천 대축일 특전 미사에 다녀왔다.
하루의 마지막을 기도로 닫고 돌아와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이 광복 81주년이라는 사실을 다시 마음에 새겼다.
새벽 4시 30분. 아직 세상이 어둠 속에 잠겨 있을 때 집을 나서 아파트 둘레길을 걸었다. 쉬지 않고 여덟 바퀴를 돌았다. 발걸음이 이어질수록 어제와 오늘의 시간이 겹쳐졌다.
광복은 단순히 빛이 어둠을 밀어낸 날이 아니었을 것이다.
잃었던 이름을 되찾고, 빼앗겼던 말과 글을 되찾고, 다시 우리 힘으로 내일을 꿈꾸기 시작한 날이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며 걷는데, 문득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떠올랐다.
노벨재단과 동양문인협회가 마련한 광복 81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이어 여러 문학상 수상자들에게 직접 상을 드리게 된다.
또 필리핀 국립대학 교재 출판기념회도 예정되어 있다.
돌이켜보면 문학은 광복 이후 우리가 되찾은 가장 아름다운 자유 가운데 하나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말로 우리의 역사를 쓰고, 우리의 마음으로 우리의 미래를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광복의 의미와 함께 또 하나의 무거운 생각이 찾아왔다.
독일 서독 대사관에서 소령으로 무관부에 근무하던 시절, 공적인 일과 개인적인 일정으로 여러 차례 파리를 찾았었다.
그때마다 세느강을 바라보며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유유히 흐르던 강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세느강의 수심이 평소 약 2미터에 이르던 곳이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70센티미터 안팎까지 낮아져 관광선 운항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은 놀랍기만 하다.
멀리 프랑스의 세느강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나라 경남 지방에서는 가뭄으로 식수마저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때 당연하게 여겼던 물과 강과 계절이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어디까지 우리 삶을 바꾸어 놓을 것인지, 앞날을 쉽게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래도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다행이다.
그 비가 메마른 땅을 적시고, 경남의 식수 걱정도 조금이나마 덜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무 위에서 매미가 유난히 크게 울어댔다.
“맴, 맴, 맴~~~ 맘, 맘, 맘~~~ 마암---”
가만히 듣고 있으니 떠나는 여름을 붙잡는 울음 같기도 하고, 배가 고프다고 엄마를 찾는 아기 매미의 울음 같기도 했다.
짧은 생을 다하여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노래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작은 울음에 귀를 기울였다.
새벽의 매미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슬프게 들렸다.
마치 여름이 떠나는 것을 알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가을이 오려는데 여름이 마지막까지 하늘을 붙잡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오늘의 광복은 과거의 기념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되찾은 선열들의 마음을 기억하고,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살피며, 다음 세대에게 더 평화롭고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이어가야 할 광복의 의미가 아닐까?
새벽길 여덟 바퀴를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구름 사이로 희미한 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광복은 그렇게 오는지도 모른다.
아주 어두운 시간에도 누군가는 내일의 빛을 믿고 걷는 것.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 빛과 함께 비를 기다린다.
광복 81주년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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